#뉴욕 IN
배낭여행 73일 째.
모로코에서 만난 친구들과 아쉬운 작별인사를 하고, 마라케시에서 출발하는 뉴욕행 비행기를 탔다.
각자의 여행 스타일이 다르겠지만, 나는 미술관, 박물관, 쇼핑몰, 맛집 방문들 보다는 책이나 영화·드라마 등에서 봤던 유명한 곳에 찾아가는 것을 선호한다. 요즘은 전지전능하신 구글과 네이버 덕분에 손가락으로 몇번 두드리면 실제로 눈으로 담을 수 있는 것보다 더 자세하고 웅장하게 볼 수 있다(심지어 날씨도 다 좋고 드론으로 전경도 보여줌.) 그러다 보니 나는 이곳 저곳을 찾아다니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에피소드들과, 그 여정의 흐름 자체를 좋아하게 되었다. 까미노 길 위의 사진만 보고는 땀으로 흠뻑 젖은 배낭을 풀어놓고 마시는 맥주의 시원함을 맛볼 수 없고, 사하라 사막의 사진만으로는 발바닥이 얼마나 뜨거운지, 모래에 낙타 배설물이 얼마나 많은지 알 수가 없으니까.
뉴욕에서도 그런 여정에서의 재미를 찾으려 지하철 패스를 끊고 발걸음을 나섰는데, 마라케시에서 먹었던 뭔가가 잘못되었는지 4일 동안 또다시 설사가 날 괴롭혔다. 고흐 선생님의 별의 빛나는 밤과 마티스의 강강술래 그림(원제: The Dance)을 직접 볼 때보다 배터리 파크로 가는 길에서 무료개방 화장실을 발견했을 때 더 감격했을 정도로...ㅠㅠ
#설사와의 사투에도 불구하고 뉴욕에서 기억에 남는 몇 가지
- 미술 교과서에서 봤던 유명한 그림들을 MoMA에서 직접 눈에 담은 것. 그리고 그것을 사진으로 남긴 후 나중에 다시 봤더니 이게 내가 찍은 건지 인터넷에서 가져온 사진인지 알게뭐야... 뭐하러 찍었냐 이 멍청아! 미술관에서는 내가 할수 있는 최대한으로 작품 자체를 오롯이 감상하고 올 것
- 자유의 여신상이 보이는 허드슨 강 끝자락 배터리 파크에 앉아서, 육지에 서있지 않아 돈을 내지 않고는 가까이 갈 수 없는 자유의 여신상을 원망스럽게 바라보며 공원 벤치에서 해가 질 때까지 있었던 것. 자유는 돈이 있어야 누릴 수 있나요 여신님?
- 뉴욕타임스 스퀘어의 현란한 광고판과 네온사인들 아래에서 활보하는 수많은 스타일리시한 언니 오빠들의 모습과 대비되는 길바닥의 노숙자들
- 뉴욕을 부르는 노래 두곡을 번갈아 들으며 뉴욕의 명과 암을 동시에 느끼며 걸었던 월가의 거리
- 하이라인파크를 걸으면서 찍은 사진을 인스타에 올렸는데, wonderlust.newyork이라는 어떤 사용단체가 쉐어링해줘서 고맙다며 가져가서 포스팅함... 좋아요나 누르고 가져가든가 0_0
- 좋지 않은 몸 컨디션 때문에 아무래도 의사소통이 편한 한인 셰어하우스를 숙소로 선택했는데, 이 숙소가 입주한 빌딩에는 유학생이 많이 살고있는 것 같았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렸다 타는 중에 그들의 대화를 (들리니까 우연히) 듣게 되었는데, 그들 사이에서도 부모의 소득수준과 출신 배경으로 서로 편 가르는 걸 보고는 절레절레
배가 아파서 더 그랬는지, 긍정적인 것보다 부정적인 느낌만 더 많이 받고 워싱턴으로 출발. 뉴욕이 가진 매력이 10이라면 2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떠나는 것 같아 아쉽다. 언젠간 또 올수 있겠지?
#워싱턴D.C.
미국 여행에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많이 줬던 지연쌤이 최애하는 워싱턴D.C.에 도착했다. 이제서야 정상 컨디션이 되었기에 다시 또 빠릿빠릿하게 열심히 (걸어서) 돌아다녔다.
'미국의 수도는 워싱턴'이라고 초등학생 때 외웠는데 굳이 DC를 뒤에 붙여야 하는가 찾아봤더니, 미대륙 왼쪽 저 위에 있는 워싱턴 주와 구분하기 위해서도 있고, 아무튼 여기는 연방정부 하에서 어느 주에도 속하지 않는 행정구역인 Washington, District of Columbia (컬럼비아 특별행정구 워싱턴) 임을 나타내기 위해서란다. 어찌됐든 온전하게 워성턴DC를 돌아보는 날은 이틀이었는데, 하늘도 파랗고 날씨가 너무 좋았다. 마치 내 맑아진 위장 상태를 대변하는 것 같음. 건물도 낮아서 어디든 탁 트이는 시야가 너무 좋았다. 걷다가 더우면 잠깐 박물관에 들어가서 구경도 할겸 땀좀 식히고, 다시 넓은 공원으로 나와서 다시 걷고. 박물관이 살아있다 배경이 여긴가? 스미소니언 박물관들이 여럿 있는데 시간 관계상 그냥 수박 겉핥기 하듯 빠져나왔다. 시간이 더 많았으면 천천히 둘러봐도 좋았을텐데.
#워싱턴D.C.에서 기억에 남는 몇 가지
- 낮은 건물들 덕분에 탁 트이는 시야. 워싱턴DC에는 건축물 고도제한법이 있어서 그렇다고 한다. 자세한 것은 네이버나 구글에서 찾아보세요.
- 미 의회 의사당부터 링컨 기념관까지 쭉 이어진 공원. 그리고 밤의 워싱턴 모뉴먼트. 링컨 아저씨랑 같은 방향으로 앉아서 늦은 오후부터 밤이 될 때까지 앉아있었다. 낮에는 어디든 사람들이 많아서 엄청 북적였는데, 밤이 되니 정말 조용해지면서 기념비를 비추는 불빛들이 정말 예뻤다. 지연쌤이 생각에 젖으며 강추했던 장면이 바로 이 장소의 새벽 이었는데, 어떤 사연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밤의 워싱턴 모뉴먼트는 조용히 생각하면서 걷기에 정말 좋았다.
- 하우스 오브 카드를 (시즌 3까지만, 문제가 터지기 전) 재밌게 봤기에, 시즌 1 오프닝에 등장하는 굉장히 멋있는 타임랩스 촬영장소를 하나씩 찾아가서 나도 그렇게 찍어보고 싶었으나 일정의 제약으로 실패.
워싱턴에 있는 내내 날씨가 좋아서 찍었던 사진들도 잘 나오고, 이틀 동안 기분 좋게 사부작사부작 걸어다니며 구경했다. 워싱턴에 온지 4일째 되는 날 아침, 자동차 횡단을 위한 렌트카를 받으러 워싱턴 덜레스 공항으로 갔다.
#렌트 시작, 미국 자동차 횡단여행 출발!
12시에 받는 걸로 예약했었는데, 카드 사용에서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 직원이 해결하지 못하고 점장을 불렀다. 점장님 기다리는 세시간 동안 정말 앞이 깜깜했는데 친절한 점장님 오시자마자 금방 문제 해결해 주셨다😭(정확히 무엇 때문이었는지 모르겠는데, 카드 사용 승인에서 무슨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아무튼 차를 받고나니 벌써 오후 3시가 넘어있었다. 멘붕할 뻔 한 마음을 추스리고 비상식량과 캠핑장비를 사러 근교에 있는 도시로 출발! 3주간의 미국 자동차 횡단 여행 드디어 시작이다!
▲ 앞으로 9000마일을 함께 할, 우여곡절 끝에 받은 ELANTRA SE(아반떼AD) / 한인마트와 월마트 쇼핑을 끝낸 후
날짜 |
Itinerary |
기타사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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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12 |
✈ RAK - (LIS) - JFK / Air Portugal |
- 🏠: 뉴욕이쉬(한인민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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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13 |
(설사로 아무데도 못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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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14 |
(숙소) → MoMA → Apple 5th Ave. → Central Park |
- 휴대폰 유심 구매(Lycamobil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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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15 |
(숙소) → High Line Park → Chelsea Market → 9/11 Memorial Museu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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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16 |
(설사로 아무데도 못감. 브루클린 쪽 가보려고 했는데ㅠ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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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17 |
🚌 New York (NY) → Washington D.C. (-) |
- 🚌: Megabu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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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18 |
(숙소) → John Marshal Park → United States Capito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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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19 |
(숙소) → National Gallery of Ar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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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20 |
(숙소) → Hertz Car Rental @Washington Dulles Airport(VA) |
- 숙소구하는 걸 깜빡해서 졸음쉼터에서 쪽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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